강렬한 방사냉각이 만들어낸 새벽녘 서리의 세계. 어슴푸레 빛을 발하는 푸른 하늘이 그 일대를 온통 푸르게 물들였다. 차가운 새벽녘을 온몸으로 맞이한 자에게만 허락된 서리 풍경. 마치 자연이 드레스업한 것 같다
강렬한 방사냉각이 만들어낸 새벽녘 서리의 세계. 어슴푸레 빛을 발하는 푸른 하늘이 그 일대를 온통 푸르게 물들였다. 차가운 새벽녘을 온몸으로 맞이한 자에게만 허락된 서리 풍경. 마치 자연이 드레스업한 것 같다

 

바람 한 점 없는 이른 아침. 대지를 뒤덮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서리 풍경’ . 서리 촬영이라하면 발 아래의 풍경을 상상하기 쉽지만 이번에는 매크로 렌즈로 바라보는 자그마한 세상, 그리고 망원 줌렌즈로 확대한 경치 속에서 서리 풍경을 잘라 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시간 경과에 따라 그 모습도 변화한다

사전에 촬영 계획을 확실히 세워두자

서리는 빙점하에서 냉각된 대지와 풀에 공기 중의 수분이 접촉하여 생긴 작은 얼음 결정이다. 서리 풍경은 베이비 파우더 같은 눈 풍경도, 샤프한 수빙과도 다른 엷은 반짝임을 뿜어낸다. 일반적으로 발 밑에서 볼 수 있는 서리는 상당히 섬세한 얼음 결정이다. 이 서리가 주위를 온통 뒤덮고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서리 풍경. 눈처럼 경치를 뒤덮는 것이 아닌, 틈새 사이로 경치의 색채를 보이도록 하는 섬세한 아름다움이 그 특징이다. 육안으로 바라보는 것 보다는 촬영한 화상이 더 인상적이며 프리뷰로 확인해 보면 그 이미지도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경치를 촬영하여 화상을 확인한 다음에 본 촬영에 들어가는 것이 촬영의 주된 포인트나 구도 선택에 용이하다. 서리 풍경의 촬영에서는 몇 가지 예비 지식과 주의점을 숙지해 놓을 필요가 있다. 먼저 서리가 내린 풍경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방사냉각이 일어나기 쉬운, 즉 맑으면서도 기온이 낮은 날 아침이어야 한다. 단, 바람이 불면 서리가 내려앉지 않기 때문에 바람이 없는 새벽녘이 최고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밤중에 바람이 불었다고 해도, 새벽녘에 더 이상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그것으로 오케이. 서리는 얇고 섬세한 얼음 결정이기 때문에 온도가 상승하면 바로 녹아버린다.

일출 전과 후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는 것은 촬영 해 보면 알 것이다.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햇빛이 비쳐 들어올 장소에서 먼저 촬영하도록 계획을 세워서 재빠르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발 밑 풍경의 클로즈업 사진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먼저 전체 풍경을 촬영한 후 그 다음에 촬영하도록 하자. 서리 풍경을 처음으로 바라보게 되면 그 아름다움에 압도될 것이다. 현장에서 느낀 그 아름다움을 재현할 수 있도록 연구해보자.

 

촬영시간을 의식하여 서리 풍경세로구도로 잡아보자

일출과 함께 숲에 아침햇살이 들어와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밋밋한 마른 잎들을 순식간에 마젠타(Magenta)로 물들며 짙은 녹색은 라이트 그린으로 색감이 옅어졌다. 서리 연출에 따라 경치가 파스텔 컬러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일출과 함께 숲에 아침햇살이 들어와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밋밋한 마른 잎들을 순식간에 마젠타(Magenta)로 물들며 짙은 녹색은 라이트 그린으로 색감이 옅어졌다. 서리 연출에 따라 경치가 파스텔 컬러로 변신하는 순간이다.

일출 전부터 일출 직후까지가 셔터 찬스가 된다

일출 전의 시리도록 푸른 세계에서 점차 파스텔화처럼

엷은 색채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서리 풍경. 서리로 화장한 듯한 풍경의 촬영은 시간과의 승부다. 초목에 서리가 앉아있으면 어떤 타이밍이라도 셔터 찬스가 되지만 빛의 유무나 광선 상태에 따라 서리 풍경의 색조는 눈이 미처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빛이 닿지 않는 그늘에서는 하늘의 푸른빛을 받아 전체가 푸르게 물든다.

차가운 표현을 하고 싶다면 더없이 좋은 컬러캐스트가 되지만 콘트라스트가 낮아서 입체감이 부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빛이 닿으면 무색투명한 서리는 지면과 초목을 투영하며 그들이 가진 본연의 색깔을 드러낸다. 이처럼 서리 연출에 의해 풍경은 밋밋한 현실의 색깔에서 엷은 톤의 몽환적인 컬러를 드러내 보여준다.

햇살을 받은 서리는 빠른 속도로 녹아서 피사체 본래의 색깔을 노출시키기 때문에 구도 잡느라 시간 낭비하지 않도록 일출 전에 구도 포인트를 잡아두자. 이렇게 구도를 미리 잡아두면 순식간에 지나가는 셔터 찬스를 놓칠까봐 급하게 서두를 일이 없을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을 이용하여 촬영한다

같은 풍경을 정점촬영하여 비교한 것이다. 일출 전과 직후 사진에서 콘트라스트의 차이를 알 수 있다. 노출 조건도 변화하기 때문에 밝은 양지 부분이 날아가지 않도록 노출 오버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또 배경 그늘 부분의 색 변화는 하이라이트를 우선한 노출 보정에 의해 색이 진하게 변했다. 이러한 빛과 노출에 의한 색깔 변화에도 주목하는 것이 좋다. 전체에 빛이 들어온 사진에서는 일출 전과는 대조적으로 경치의 색감이 엷게 표현되었다.

하이라이트 경고 표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자

서리 풍경을 촬영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는 노출 오버다. 햇살을 받은 경치에서는 나무에 내려앉은 서리가 하얗게 번져 보이기 쉽다. 그럴 때에는 ‘하이라이트 경고’ 메뉴를 화면에서 선택해 두면, 촬영 직후 프리뷰 화면에서 하얗게 날아간 부분을 까맣게 표시해 준다.

 

매크로렌즈로 접사하여 조형미를 캐치하자

매크로렌즈로 발 밑의 서리를 클로즈업 해 보았다. 섬세한 유리 공예 같은 얼음 결정이 밀집해 있다. 서리는 후 하고 입김을 부는 것  만으로도 부서지기 쉽고 녹기도 쉽다. 숨을 잠깐 참고 촬영에 임해 보자.
매크로렌즈로 발 밑의 서리를 클로즈업 해 보았다. 섬세한 유리 공예 같은 얼음 결정이 밀집해 있다. 서리는 후 하고 입김을 부는 것  만으로도 부서지기 쉽고 녹기도 쉽다. 숨을 잠깐 참고 촬영에 임해 보자.

피사체에 조심조심 다가가서 그 형태의 아름다움을 담아보자

풍경으로서 서리를 촬영하는 일과 대조적인 것은 매크로렌즈를 이용한 촬영이라 할 수 있다. 서리처럼 클로즈업 촬영에서 풍경 촬영까지 그 표현의 폭이 넓으면서도 렌즈 워크까지 즐길 수 있는 피사체는 그리 많지 않다. 서리의 결정은 상당히 섬세하기 때문에 클로즈업으로 확대하여 촬영하면 그 본래의 모습을 렌즈에 담을 수 있다. 결정은 얇은 판의 형태부터 바늘처럼 가늘고 긴 모양, 꽃가루처럼 동그랗게 보이는 것 등, 그 날의 기온이나 서리가 내리는 장소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그 특징을 캐치하기 위한 테크니컬 포인트는 조리개의 선택과 콘트라스트의 조절에 있다. 조리개를 F8에서 F11로 조여 주면 피사계심도가 깊어지면서 서리의 결정을 넓은 범위에서 담을 수 있다. 또 동시에 샤프니스도 향상되기 때문에 크리스탈과 같은 이미지가 강조된다.

또한 하나의 구도 안에 양지와 음지가 함께 있는 촬영 조건에서는 휘도차가 커서 중간 계조 표현이 어렵다. 이럴 때에는 콘트라스트를 약하게 설정해 두면 휘도차가 적어져 하이라이트에서 암부에 이르기까지 매끄러운 표현이 가능하다

같은 장소라도 렌즈를 교환하면 그 변화의 폭이 넓어진다

아래 3장의 사진은 모두 같은 장소와 시간대에 반경 1m정도의 공간에서 촬영한 것이다. 각기 클로즈업에서 풀샷까지 매크로렌즈와 표준 줌의 광각을 사용하여 촬영했다. 이렇게 렌즈 교환은 간단히 표현 변화의 폭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색다른 촬영이 가능하여 기분 전환도 된다. 

접사 촬영에서는 렌즈 후드를 벗기자

서리 결정을 크게 담기 위해서는 매크로렌즈가 필수다. 매크로렌즈를 사용하여 촬영할 때에는 렌즈 앞 부분에서 서리까지의 거리가 불과 몇㎝ 정도밖에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경우 렌즈 후드를 장착한 상태로는 서리에 닿게 되기 때문에 촬영 시에는 잊지 말고 렌즈 후드를 벗겨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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